성과는 ‘투자 여부’가 갈랐다, 보조금 중심 정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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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글로벌 스마트팜 수출지원센터 조감도.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농업법인의 자본투자가 줄어들면서 성장세도 함께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비투자를 단행한 농업법인은 수익성과 성장성 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돼, 정부의 농업법인 지원 정책이 ‘보조금 중심’에서 ‘투자 역량 강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농업법인의 자본투자 실태와 정책과제(R2025-08)’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법인의 법인당 설비투자액은 2018년 3억2510만원에서 2023년 1억9260만원으로 줄어들며 연평균 9.9% 감소했다. 농업회사법인은 같은 기간 연평균 10.4%, 영농조합법인은 10.5%씩 각각 감소해 조직 형태를 가리지 않고 투자 위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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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
반면 같은 기간 농업법인의 자산·자본·매출액 등 외형 지표는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ROA·ROE)와 성장성 지표(매출액·영업이익 증가율)는 꾸준한 하락 흐름을 보이며 ‘외형 성장내실 약화’ 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투자 위축이 농업법인 성장 둔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2014~2023년 농업법인 재무자료를 활용한 회귀분석 결과, 설비투자를 실행한 법인은 투자하지 않은 법인보다 ROA·ROE는 물론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플러스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투자 횟수가 많을수록 상위 성장 단계로 이동할 확률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제 분석 대상 농업법인의 다수는 연구진이 분류한 ‘성장 압박 단계(3단계)’에 머물러 있었으며, 일부 고성장 법인을 제외하면 영세한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농업법인의 경영성과는 투자 실행 여부를 매개로 내·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경영성과가 다시 투자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성장 효과와 함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양면성’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가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키우면서, 다수 농업법인이 추가 투자를 주저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는 2018~2023년 연평균 23.6% 감소한 반면, 토지 관련 투자는 연평균 20% 이상 증가해 생산성 제고보다는 자산 보유 성격의 투자로 쏠림 현상도 관측됐다.
정책 방향과 관련해 보고서는 현행 지원 구조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다수의 영세 농업법인을 유지·확대하는 방식보다는, 투자와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인을 선별해 성장시키는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성과 기반 인센티브 강화 ▷경영자금 적립 지원을 통한 자구적 위험관리 유도 ▷보조사업 자격 요건 강화와 보조율 상한 설정 ▷경영자의 자금 조달·재무관리 역량 제고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농업법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 확대보다,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 지원 역시 시장 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크는 법인’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