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 철강 2위 수입국 ‘딱지’ 뗀다...반덤핑 효과 ‘가시화’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 6.8%↓
中산 철강 물량 동남아로 이동
韓 반덤핑 조치 연장 이어져
국내 철강 수요 감소도 영향
“중국 감산 없인 한계” 목소리도


중국산 철강 수입 상위국 / 한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 물량 추이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한국이 중국산 철강 ‘2위 수입국’ 타이틀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조치로 수입 물량을 조절한 데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고, 중국이 한국·베트남 등 기존 핵심 시장에서 막히자 동남아·중동으로 수출 루트를 재편하는 흐름이 겹치면서다.

4일 중국 철강 리서치 업체 상하이메탈마켓(SMM)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774만톤으로 집계됐다. 전년(831만톤) 대비 6.8% 감소한 수치다. 여전히 연간 700만톤대 후반의 높은 수준으로 한국은 2022년 840만톤, 2023년 756만톤, 2024년 831만톤 등 오랜 기간 중국산 철강 최대 수입국 ‘2위’ 자리를 유지해 온 대표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 중국산 철강을 가장 많이 들여오는 2위 수입국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위 수입국인 필리핀과는 46만톤 차이밖에 안 나는 등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철강 수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철강 물량은 한국 시장에서 ‘가격의 기준점’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해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산이 한 번 대거 유입되면 열연·후판·형강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시장 가격이 무너진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반덤핑 조치가 연장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최근 일본·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했다. 당초 적용 기간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응 강도를 유지한 셈이다. 오는 3월에는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연장 여부도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가 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같은 방향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역 예정인 철강 제품들[헤럴드DB]


한국과 함께 중국산 철강 최대 수입국으로 꼽히는 베트남 역시 반덤핑 조치 강도를 높여온 대표 시장이다. 양국 정부가 수입 물량 조절에 나서자 중국은 새로운 수출처로 물량을 돌리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산 철강 유입이 늘어난 국가는 무역 장벽이 낮은 동남아와 중동에 집중돼 있다. ▷필리핀(2024년 558만톤 → 2025년 728만톤) ▷인도네시아(2024년 603만톤 → 2025년 711만톤) ▷태국(2024년 534만톤 → 2025년 690만톤) ▷사우디아라비아(2024년 518만톤 → 2025년 640만톤) 등으로 ‘한국·베트남 집중형’ 수출 구조가 ‘신흥국 분산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철강 수요 위축도 중국산 철강 수입 물량 감소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까지 1000만톤대를 유지했던 국내 철근 수요는 건설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23년 900만톤 중반대로 꺾였고, 2024년 700만톤 후반대를 거쳐 지난해 690만톤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이 연간 1200만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지난해 가동률은 50%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이미 가동률이 낮아 추가적인 자발적 감산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출 밀어내기’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약 9억6000만톤으로 6년 만에 10억톤 아래로 내려가며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4% 감소했지만, 세계 전체 생산량(18억4940만톤)의 약 52%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는 여전하다.

내수로 흡수하지 못하는 물량을 수출로 떠넘기는 전략 또한 지속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지난해 1억1900만톤을 웃돌며 전년 대비 7.5%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제강사들은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미국 수출 확대 등 새 활로를 찾고 있지만, 중국발 공급 압력 수위가 낮아지지 않으면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도 생산량 조정과 미국 생산·수출 확대, 고품질 제품 전환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일 뿐, 현실적인 한계는 분명하다”며 “국내 감산도 일부 제강사만 가능하고, 고품질 제품도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중국이 감산 등 구조적 변화에 나서거나 국내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야지만 국내 철강업계 숨통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