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첫 구매자”...AI 제품, 공공조달 진입 문턱 낮춘다

‘공공조달 통한 AI산업 활성화 선도 방안’ 발표
혁신제품 중 AI 제품 비중 2027년 25%로 확대
공공이 초기 수요자로, 시범구매 529억→839억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제품에 대해 납품 실적 요건을 완화하고, 계약 절차를 단축하는 등 조달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다. 아울러 입찰·계약, 심사·평가, 사업 관리 등 조달행정 전 과정에 AI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는 연간 225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을 활용해 정부가 AI 산업의 첫 구매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조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조달을 통한 AI 산업 활성화 선도 방안’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


공공구매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9%에 해당하는 연 225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구매력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공공조달을 AI 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AI 산업 육성’과 ‘조달행정 AI 대전환(AX)’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벤처·스타트업의 AI 혁신제품 발굴을 확대해 혁신제품 가운데 AI 제품 지정 비율을 지난해 18%에서 2027년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 적용 제품을 대상으로 조달시장 진입 요건을 완화한다. 조달물품 목록체계에는 AI 관련 품명을 새로 마련하고, AI 제품 등록에 필요한 행정 처리 기간도 기존 8일에서 5일로 줄인다. 특히 AI 기반 상용 소프트웨어는 납품 실적이 없어도 나라장터 쇼핑몰(MAS) 계약이 가능해지며, 쇼핑몰 등록에 필요한 업체 수 기준도 3개사 이상에서 1~2개사로 완화된다.

또 AI 적용 제품은 적격성 평가를 면제하고 가격자료 제출을 줄여 계약 체결 기간을 최대 1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구매 방식도 바뀐다. AI 제품·서비스는 2단계 경쟁 기준 금액을 상향해 일정 금액 이하에서는 추가 경쟁 없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물품과 상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일반 제품은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은 1억원에서 4억원으로 기준이 높아진다. AI 인증 제품·기업에는 입찰 평가 가점을 부여하고, 공공공사에서는 AI 기술이 적용된 관급자재와 기술개발 제품을 기술성 평가에서 우대한다.

혁신제품 중 AI제품 지정 및 공공구매 비중(비율) [재정경제부 제공]


심사 체계도 AI 중심으로 개편된다. AI 전용 심사 트랙을 신설해 혁신제품 지정 시 AI 기술 우수성, 신뢰성, 모델 적합성, 리스크 관리 등을 핵심 항목으로 평가한다. 우수제품 심사에는 ‘AI 기술 분야’를 새로 만들어 기술·품질 평가와 AI 기술 평가를 분리한 2단계 심사를 도입한다. 정보화사업에서는 AI 전문 평가위원이 AI 분야를 전담 심사하며, 평가위원 풀은 올해까지 약 4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이 AI 제품의 초기 수요자가 되도록 시범구매를 확대해 ‘첫 구매자’ 역할을 맡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AI 혁신제품 시범구매 규모를 지난해 529억원에서 올해 839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AI 제품과 공공 수요기관을 연결하고 실증과 컨설팅까지 지원하는 ‘AI 실증 코디네이터’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AI 기업은 해외 공공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G-PASS) 지정 과정에서 우대를 받고, 보안·기술 인증 등 수출에 필요한 지원도 확대된다. 나라장터 엑스포 등 주요 행사에서는 AI 제품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전용관을 운영하고, 나라장터 쇼핑몰에서도 AI 제품이 눈에 띄도록 우선 노출한다.

이 밖에 복잡하고 다양한 조달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입찰·계약, 가격 조사, 심사·평가, 사업 관리, 공급망 관리 등 조달행정 전 과정에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조달 행정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는 한편, AI 기업에 공공 분야 사업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