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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수용 속도와 금융 인프라의 성숙도, 그리고 이용자들의 이해 수준이 뛰어나다. 이런 환경은 혁신을 빠르게 확산시키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혁신이 시장과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준 또한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자리를 맡은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며, 나는 이 시장이 가진 높은 성장 잠재력과 더불어 산업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규제 환경과 산업 구조, 시장 참여자들이 마주한 현실적 과제를 파악하고, 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협력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것에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방한 중에는 지난해 최종 인수 승인을 받은 고팍스 팀과도 많은 대화를 했다. 한국 이용자가 바이낸스에 어떤 기대가 있는지, 로컬 플랫폼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고민은 무엇인지,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방향성 등에 대해 심도깊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운영경험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로컬 플랫폼의 현장성과 결합될 때, 한국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나는 바이낸스에 합류하기 전 전통 금융과 핀테크 분야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원칙이 하나 있다면, ‘성장’은 언제나 ‘신뢰’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에서 신뢰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스템의 핵심이며,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는 신뢰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 된다. 가상자산 시장 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 질서 안에서 책임 있는 참여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1단계 법안’이 이용자보호에 집중됐다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산업 전반의 질서를 폭넓게 설계하는 ‘구조화 단계’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가상자산의 정의, 발행과 유통, 시장감시 및 감독체계를 더 입체적으로 다루는 방향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시장이 ‘규제 대상’에서 ‘제도권 기반 성장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확정되지 않은 사항도 많고, 시행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 정비, 발행 관련 제도 논의, 이상거래 감시 및 상장 심사와 같은 시장 자율규제 기능의 제도화 가능성 등은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은 거래소들에게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단순히 서비스 편의성 및 이벤트 등의 거래 경험 확대에 집중하기 보다 이용자가 안심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AML), 사고 대응 역량, 정보공시와 투명성 등 ‘신뢰 인프라’를 갖추라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이용자 보호’를 가상자산 산업의 장기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그래서 보안과 리스크 관리, 운영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고, 산업파트너와 법 집행기관과의 협력 역시 꾸준히 확대해왔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어떤 것을 지켜야 하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보여주는 성숙한 이용자 문화와 제도적 진화는 아시아 시장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바이낸스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가상자산 생태계’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책임 있는 참여를 이어가겠다.
SB 세커 바이낸스 APAC 총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