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채, 4년만에 ‘연초 순상환’ 전환…3년 중·장기물 실종

1월 8605억 순상환 ‘시장추이’ 주시
국고채 금리올라 조달비 부담 커진탓
김치본드 등 ‘외화 조달’ 대안 모색


지난해 말부터 국고채 금리부터 카드채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카드채 시장이 4년 만에 신규 발행보다 상환이 더 많은 순상환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음식점 입구에 결제가능 신용카드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연초 카드채 시장이 신규 발행보다 상환이 더 많은 ‘순상환’ 기조로 4년 만에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 시장에서는 만기 3년 이상의 중·장기물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2년 이하의 단기물만 간신히 소화되는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세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자금 조달 다변화를 모색하는 카드사들은 외화채권 발행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1조원 순발행→8600억원 순상환=3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1월 카드채는 약 8605억원 순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00억원 순발행한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기관 수요가 집중되는 이른바 ‘연초 효과’를 누릴 수 있는 1월에 순상환을 기록한 것은 2022년(42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들이 채권 발행보다 기존 채무 상환을 택하며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고채 금리부터 카드채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조달 비용 부담이 직접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매파적 금융 환경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국채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이 여파로 채권시장의 연초 효과도 예년보다 빠르게 소진되면서 수요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카드사들이 금리 변동 가능성에 따른 조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발행 시점을 지난해 연말로 앞당긴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카드채 순발행 규모는 1조8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며 발행이 비교적 활발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사들이 작년 12월 발행을 늘리며 필요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데다 연초 인사이동 등 채권 발행 조직에도 정비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점이 발행 규모 축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단기물로 짧게…외화채 조달 다각화도=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만기가 짧은 단기물 위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카드채 발행은 주로 2년 이하 단기물에 집중됐다. 롯데카드는 지난 16일 만기 1년 3개월 안팎의 카드채 3건을 통해 총 210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날 신한카드도 만기 1년 6개월짜리 카드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삼성카드 역시 만기 1년 8개월 안팎의 카드채 2건을 발행해 1000억원을 조달했다. 작년 1월 카드채 최단 만기가 2년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발행 만기가 뚜렷하게 짧아진 셈이다.

외화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금융사도 등장했다. 지난 19일 현대카드는 15년 만에 국내 발행 외화 표시 채권(김치본드) 1년 만기 단일물을 2000만달러(약 294억원) 발행했다. 김치본드는 국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일컫는다. 해당 발행은 원화 환전 목적으로 김치본드를 찍을 수 있게 된 지난해 6월 이후 국내 기업이 공모로 발행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2월도 채권시장 ‘험로’…매파 신호에 추경 변수 부담=2월에도 카드채 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와 같이 부동산 부문 초우량물 발행이 잇따르는 데다 조달 비용도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에도 여전채가 높은 조달 금리 환경으로 순발행을 크게 기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발언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언급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채권 시장의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0일 이 대통령은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관련해 “후반기 (사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추경을 통해서 확보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지난 28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매크로 콘퍼런스’에서 ‘K자형 회복’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에도 책임을 묻는다”며 “그러나 금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1.8% 성장률 달성을 전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는데, 시장은 매파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유혜림 기자